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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포커스] 흡연에 대한 이슬람 입장 및 근절 노력 조사 : GCC 회원국을 중심으로

MHMEI 발간물/MHMEI 중동포커스

by 박종현 중동 2022. 3. 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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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와크를 사용하여 흡연하는 남성의 모습 출처 : pikist

I. 서론

흡연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보편화된 약물로 현대 의학의 연구에 따르면 폐암, 심근경색, 만성 폐부전과 같은 질병의 주요원인이며, 치사율이 높은 호흡기 질환의 주요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우리는 보통 술과 담배를 묶어서 보는 경우가 많다. 이 중 술은 이슬람 율법에 의거하여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지만, 담배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본고는 이에 대한 필자의 의문에서부터 출발했음을 밝힌다.

하디스에 따르면, 무슬림은 마늘 등을 먹고 모스크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Sahih al-Bukhari 5451, Sahih Muslim 563). 입에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이슬람법학자들은 이 순나를 근거로 흡연을 하게 되면 입에서 악취가 나기 때문에 모스크에 들어갈 수 없다는 파트와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흡연이 지양해야 하고 해서는 안 될 행동인 마크루흐(Makruh, مكروه) 정도의 영역이지 반드시 금기시되어야 하는 하람(Haram, حرام)까지는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슬람법에 따라 금기는 아니지만, 전술했듯이 흡연이 백해무익하다는 사실은 21세기에서는 통용되는 진리이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2008년부터 2년 마다 세계 흡연실태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최근인 2021년 7월 26일에도 제 8차 세계흡연실태보고서(이하 8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 세계 흡연 인구는 약 13억 명 정도로 추산되며, 이들 중 80% 이상이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에서는 의료 복지가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는 선진국에서보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 질환 획득에 더욱 취약하므로 매우 위험한 실태이다. 또한, 이번 WHO 제 8차 보고서에서는 최근 기존 전통적인 담배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전자담배 또한 “신종담배(New and Emerging products)”로 규정하며 이에 대한 위협을 강조했다. 이러한 이른바 “대안 담배”들은 기존 궐련(卷煙)보다는 안전하다는 오해를 만연하게 하기 쉬우며, 모든 형태의 담배는 유해하며 안전한 노출 수준은 없다고 제 8차 보고서는 지적한다(이은지, 나경인, 황호평 2021).

흡연 같은 경우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비만, 당뇨 등과 같은 만성질환과 연계될 시 그 치사율은 더욱 배가된다. 그 말인즉슨 평소 고칼로리의 식단을 즐겨 하는 걸프 아랍국은 흡연의 위험성에 더욱 취약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고는 우선적으로 담배에 대한 이슬람과 아랍의 기본적인 입장에 대해서 살펴본 이후, 아랍국들 중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GCC)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흡연실태, 흡연율, 나아가 각 국가들이 행하고 있는 금연 대책들에 대해 논의해볼 예정이다. 또한, 본고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행위를 언급할 때는 ‘흡연’, 종류 관계없이 흡연의 대상이 되는 각성 물질을 언급할 때는 ‘담배’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이며, 논지 전개상 담배의 종류가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각 분류명(궐련, 물담배, 전자담배 등)을 언급할 것이다.

 

II. 흡연에 대한 입장

1. 담배의 아랍세계 유입

주지하다시피 이슬람에서 술은 매우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는 샤리아 제 1법원인 코란에서도 명시적으로 나와 있는 내용이다. 코란에서 음주 금지에 대한 가르침이 나오기 이전까지 초기의 아랍 무슬림들은 음주 행위를 즐겨했다고 한다. 전승에 따르면, 이슬람에서 술은 이슬람 창시 원년부터 메디나 점령 서기 630년 이전까지 총 3번의 단계를 걸쳐 금기시되었다.

이슬람 창시 이후 일부 무슬림들은 알코올이 개인의 인지 능력에 영향을 주며, 당시에 만연하던 도박(maisir)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대해 예언자 무함마드(PBUH)에게 가르침을 요청했다. 이에 코란에서 하나님은 “술과 도박에 관하여 그대에게 물을 때 일러가로되 그 두 곳에는 큰 죄악과 인간에 유용한 것이 있으나 그것의 죄악은 효용보다 크다 이르되…(2:219)”라고 답한다. 이 계시가 나온 이후, 일부 독실한 무슬림들은 알코올을 멀리 했으나, 다른 이들은 엄밀히 보았을 때 금지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며, 지속해서 음주를 했다. 이것이 첫 번째 단계였다. 이후 한 예배 지도자가 과음을 한 상태로 예배를 진행하면서, 코란을 잘못 낭독하는 신성 모독을 저질렀다고 한다. 이에 하나님은 “믿는 신앙인들이여 술에 취하여 예배하지 말라 너희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때까지라… (4:43)”라고 코란을 통해 계시를 내렸다. 이것이 두 번째 단계였다. 하지만 이 계시 이후에도 예언자의 동반자들(الصحابة)은 밤 예배(Isha) 이후 음주를 하는 것을 즐겼다. 이샤 예배 이후 새벽 예배(Fajr) 사이에 시간적 여유가 존재하여 충분히 취기가 가실 여지가 있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던 중 한 부족 출신 무슬림이 예배 도중 취기에 다른 부족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언사를 하였고, 이는 곧 주먹다짐으로 발전하였다. 싸움은 한 사람이 낙타의 해골로 다른 사람의 두부를 내려치면서 종료되었다고 한다. 이에 하나님은 “믿는자들이여 술과 도박과 우상숭배와 점술은 사탄이 행하는 불결한 것들이거늘 그것들을 피하라… (5:90)”라고 코란을 통해 계시를 내렸다. 음주는 사탄의 행위이기 때문에 이슬람에서 완전히 금기시 된 것이다(Ali 2014).

정리하자면, 코란은 술에 유용한 것이 있음은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음주를 통해 범해지는 죄악이 그 효용보다 훨씬 크다고 강조하며(코란 2:219), 무슬림들에게 술에 취하여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리는 상태 속에서 예배를 드리지 말라 하고(코란 4:43), 음주를 사탄이 행할만한 짓으로 규정한다(코란 5:90).

이렇듯 이슬람에서 술에 대한 규제는 매우 명료하게 나타나 있으나, 우리 정서에서 그와 비슷한 선상에서 비교되는 담배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담배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이슬람의 출현과 담배의 유입 시점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그 곳 원주민들이 약 2,000년 전부터 약재로 사용하고 있던 각성효과를 가진 것이 유럽으로 유입되면서 현재의 담배로 발전했다고 알려져 있다(Tobacco Free Life).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아랍 세계에 처음 유입된 흡연물은 9세기경 유입된 대마(大麻)였다. 그 유입 경로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인도에서 페르시아로, 다시 페르시아에서 아랍 세계로 유입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압바스 시대의 활발한 고대 그리스 문화 수입의 일환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대마는 의료 목적으로 유입되어, 흡연의 대상이 되지 않고 주로 구강 복용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Ali 2014). 당시 의사들은 대마를 강력한 마취약물로 취급했다. 당시에도 대마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 사고도 있었지만, 이는 대마가 당시 의료 약물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라기보다는 의료사고 정도로 인식되었다(Hamarneh 1972).

이후 아랍 세계에는 현재까지 많이 사용되는 물담배가 유입된다. 물담배는 인도 무굴 제국 악바르 대제(1556-1605 재위) 시기에 당시 수도였던 파테푸르 시크리(Fatehpur Sikri)의 페르시아인 의사 아불 파트 길라니(Abul-Fath Gilani)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길라니는 당시 유럽으로부터 알려진 담배를 물을 담은 유리병을 경유하여 나름의 정화 작업을 거친 다음 흡연을 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 물담배가 다시 인도에서 페르시아를 거쳐 아랍 세계로 유입되었다고 한다(Patel 2019).

담배 자체는 16세기경에 중동에 유입되었으나, 그렇게 유행하지는 않았으며, 현재 전 세계에 가장 만연한 흡연 형태인 궐련은 오스만 제국 패망 이후 시작된 서구 열강의 지배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듯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담배는 서기 1492년이 되어서야 서방 세계로 유입되었고, 중동으로 유입된 것도 그 이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계시가 7세기경에 이루어진 코란에서는 그에 대한 해석을 내놓기가 시간적으로 불가능했다.

 

2. 담배 관련 파트와

파트와(Fatwa, فتوى)는 강제력이 없는 특정 사안에 대해 개인, 이슬람법학자, 국가 등 이슬람 권위자가 내놓은 법률적 해석이다(Oxford Reference). 이슬람에서는 현재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나, 예언자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아 코란이나 순나와 같은 기존의 다른 법원 등에서 언급되지 않은 사안들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서 법률적 해석(이즈티하드, اجتهاد)을 통해 파트와를 내놓는다. 이러한 파트와는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명망 있는 권위자들의 율법적 해석이기에 무슬림들 사이에서 지켜야 할 당위성이 있는 해석으로 인정받는다.

현재까지 담배를 금지해야 한다는 파트와를 발표한 이슬람 국가는 이집트, 인도네시아,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모로코, 오만, 카타르,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이 있다. 이슬람학자들은 이른바 담배의 “하람화(化)”를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하나님이 코란에서 “…너희 스스로 파괴를 초래하지 말라…(2:195)”라는 가르침을 계시했다는 것을 주로 든다(Ghouri 2006). 무함마드 압델-할림(Muhammad Abdel Haleem) 영국 SOAS 이슬람학 교수는 코란에서 등장한 “khamr(الخمر)”는 매우 포괄적인 어휘로, 모든 중독성 물질을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압델-할림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강력한 중독성을 가진 물질인 니코틴을 포함하고 있는 담배 또한 금지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슬림형제단의 영적 지도자로 사우디아라비아의 탄압을 받은 것으로 유명한 유세프 알-까라다위(Yousef al-Qaradawi, يوسف القرضاوي) 카타르대 교수는 담배를 바라보는 이슬람의 3가지 입장을 소개했다. 첫 번째는 담배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 두 번째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하는(reprehensible)” 행위라는 입장, 세 번째는 허용하는 것에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담배를 금지해야 하는 입장의 사람들은 우선 중독성이 강한 물질은 명백하게 이슬람에서 금지되기 때문에 중독성이 강한 담배 또한 금지의 대상이며, 이슬람의 가르침에서 금지하는 금전적 낭비 행위이기 때문에 또 금지되어야 한다고 한다. 하나님은 코란을 통해 “…자선을 베풀되 낭비하지 말라 … 실로 낭비는 사탄의 친구로 …(17:26-27)”라는 계시를 통해 낭비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흡연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은 현대 의학에서 담배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매우 명백하며, 흡연자의 입에서는 안 좋은 냄새가 나며 그렇기에 공동체 내에서 귀감이 될 수 있는 좋은 무슬림으로 보일 수 없기 때문에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반면, 담배의 허용에 긍정적인 입장의 주요 입장은 담배가 좋지 않을 것은 사실이나 명백한 판단 근거가 없는 이상 율법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슬람에서 중독성 물질을 금지할 때는 술, 마약과 같이, 사용 시 무아지경에 이를 정도로 의식을 잃는 물질에 대한 금지였는데 명백하게도 담배가 이러한 효과를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담배가 중독성 물질이기에 금지되어야 한다는 논거는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담배 소비가 금전적 낭비라는 주장은 다른 내세에서의 효용을 가져오는 물질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 이유만으로 담배를 금지하기에는 논거가 빈약하다고 주장한다(Khayat 1996).

상술했듯 이슬람 세계에서도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나, 아직 담배에 대한 이슬람의 종교적 입장이 통일되지는 않은 상태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국가들에서 금연에 대한 파트와를 지속해서 발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술, 마약과 같은 지위로 격상시켜 금지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III. GCC 흡연형태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GCC)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바레인, 오만, 쿠웨이트 6개국이 모인 국제 경제 협력체이다. 이 국가들은 아라비아 반도의 대표 산유국들로 1930년대에 석유를 발견하면서 다른 아랍국들에 비해 경제 성장이 빠른 편이다. 그렇기에 이들 국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들이 더 많았다. 또한, 같은 아랍어 사용 국가들이라고 하더라도 북아프리카, 레반트, 아라비아 반도 국가 등 문화권 별로 일종의 생활 패턴에 차이점이 나타나기에 이들을 다 뭉뚱그려 분석하려는 시도도 그렇게 긍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라비아 반도는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탄생한 장소이기도 하며, 그렇기에 다른 이슬람 세계보다 이슬람의 소프트파워가 더욱 강력한 지역이기도 하다. 나아가, 이들 GCC 회원국들은 비슷한 경제·사회적 환경을 공유하고 있다([표 1]). 그렇기에 비교적 비슷한 문화권을 공유하고 있는 걸프 아랍국가들, 즉 GCC 회원국들을 이번 보고서의 대상으로 설정했다.

[표 1] GCC 회원국 주요 수치

1. 궐련

궐련(cigarette)은 잘게 썬 담뱃잎을 시가렛 페이퍼(cigarette paper)라고 불리는 종이에 말아서 한쪽 끝에 일회용 필터를 장착해서 흡연하는 형태의 담배이다. 궐련이 처음 사용된 것은 1853년 크림반도 전쟁에서 오스만 제국 병사들이 남은 담뱃잎을 신문지에 말아서 피운 것을 영국군 병사들이 보고 모방한 것이 그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간단한 제조법과 사용의 편의성 때문에 궐련은 오늘날 가장 만연한 형태의 담배이다.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에서 남성 인구 절반 이상이 흡연 경력이 있고, 이는 여성들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치이다. [표 2]에서 알 수 있듯이 남성의 궐련 흡연률은 많으면 여성 흡연률보다 10배 이상 많게 측정되기도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남성 궐련 흡연자들 중 대부분이 1일 20개비 이상 흡연하는 이른바 골초들이라는 것이다(Ward 2006; Maziak 2013 재인용). UAE 보건당국 조사결과, UAE에서 가장 흔한 담배 소비 형태는 궐련(77.4%)이었고, 이후 후술할 미드와크(15%), 물담배(6.8%) 등이 뒤를 이었다(Heiba 2021). 한편, 궐련 흡연율에 있어서 이렇게 성별 간 격차가 많이 나는 것에 대해서 Maziak(2014)는 여성의 궐련 흡연에 대한 아랍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제시한다(Maziak 2013). 또한, 이러한 설문조사들이 완전히 독립된 공간에서 개인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에 조사 대상의 솔직한 응답을 이끌어내지 못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표 2] GCC 흡연율
[표 3] GCC 13-15세 물담배/궐련 흡연율


2. 물담배

지역에 따라 후카(hookah), 시샤(Shisha), 워터파이프(waterpipe, 물담배), 나르길레(narghile)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물담배는 전술한 바와 같이 악바르 대제 재위 시절 무굴 제국에서 개발되어 페르시아를 거쳐 16세기경에 아랍으로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후카’라는 단어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영국의 인도 식민지배 시절의 여파로 보인다(Cecily 2009).

물담배는 유리병 속 물에 담겨 있는 쇠 파이프 위에 담배를 태우고, 물에 담겨져 있지 않은 쇠 파이프에 입에 물 수 있는 마우스피스를 장착한 호스를 연결하여, 사용자가 흡입하면 공기와 압력의 변화를 통해 연기를 들이킬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이다([그림 1]). 다른 담배들과는 다르게 담뱃잎을 태운 연기가 물을 한 번 통과해서 나오기 때문에 니코틴과 타르 흡입량이 다른 종류의 담배보다 적다고 느껴져서 사용자로 하여금 거부감이 비교적 덜한 종류의 담배이다. 일각에서는 후술할 전자담배와 함께 기존 담배보다 더 안전한 대체재로 여기기도 한다(LA Times Archives 2005). 연구대상인 GCC 국가는 아니지만, 같은 아랍 국가인 레바논에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는데, 청소년 여성 흡연자(15~17세) 중 물담배를 사용하는 여학생들이 궐련을 사용하는 여학생들보다 부모님들께 흡연 사실을 알리는 데 더 개방적이었다는 것이다(Tamim 2007; Maziak 2013 재인용). 그러나 최근 의학 연구들에서 물담배 흡연과 폐암, 폐질환, 미숙아 출산, 치주염 등 기존 흡연 관련 질환들과의 높은 상관성이 검증된 바 있다(Akl 2010; Akl 2011 재인용).

한편, 전술한 아랍 사람들에게 있어 해당하는 물담배의 친숙함과 용이한 접근성으로 인해 13~15세 사이의 미성년자 사이에서도 물담배 흡연율이 증가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있다([표 3]). [표 3]에서 볼 수 있듯이, 청소년 흡연율이 가장 낮은 오만을 제외하고는 모든 GCC 회원국들에서 궐련 흡연율보다 물담배 흡연율이 더 높다. 그 결과는 특히 UAE에서 더 높이 나오는데, 이는 UAE가 산업다각화 일환의 국가 주도 관광 산업 개발로, 관광객들의 수요에 맞춰 널리 물담배가 보급되며 역설적이게 자국민 청소년들에게까지 유입되었다는 분석이 있다(Maziak 2014).

[그림 1] 물담배 구조

 

3. 미드와크

미드와크(Midwakh, مدوخ)는 담뱃잎과 나무껍데기, 허브, 향신료, 말린 꽃잎, 건과일 등을 혼합한 도카(Dokha, دوخة)를 태워 그 연기를 흡연하는 장치이다. 미드와크를 통해 흡연한 담배는 니코틴을 일반 궐련 흡연을 통해 흡입했을 때보다 5배는 더 많이 흡입하게 된다고 한다(Vupputuri 2016). 미드와크는 [그림 3]과 같이 도카를 담는 대통(Bowl, 대桶)과 연기가 이동하는 대(Stem), 입을 대는 마우스피스가 있다. 외견에서 차이는 있으나 그 구조 자체는 우리의 곰방대와 닮아 있다.

미드와크의 경우 GCC 회원국들 여러 곳에서 사용이 관측되지만, 특히 주목할 만큼 통용되는 곳은 UAE이며, 그 중에서도 아부다비와 알-아인에서 많이 사용된다. UAE는 최근 들어 산업다각화 차원에서 국가 주도로 외국 투자를 공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대체담배(Alternative Tobacco Products)인 미드와크의 해외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Vupputuri 2016).

[그림 2] 도카
[그림 3] 미드와크 구조

4. 전자담배

현재 다양한 전자담배들이 상용화되어 사용되고 있으나, 이들은 크게 2가지 분류로 나누어질 수 있다. 하나는 니코틴이 포함된 액상을 기화시켜 이를 흡입하는 형태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존 연초(煙草)들과는 다르게 담뱃잎을 쪄서 흡입하는 형태이다. 전자담배를 제조하는 회사들은 이러한 전자기기들은 니코틴 농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니코틴 함유량을 점차 줄여나가면서 금연을 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그러나 니코틴과 같이 강력한 중독성을 가진 물질을 사용자가 스스로 사용해가면서 줄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또한, 시중에 나와 있는 전자담배를 연속으로 150회 흡입하면 치사량에 가까운 니코틴을 흡입할 정도로 니코틴 함유량이 많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지난 2015년 전자담배가 광고되는 것처럼 금연보조제가 아니라 담배라고 규정한 바 있다(대한민국 보건복지부 2015).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담배는 기존의 담배보다는 덜 해롭다는 인식 하에 세계 전역에서 유행하고 있으며, 이 흐름에 중동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2021년 9월 2일, 중국의 전자담배 회사 RELX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공식적으로 진출할 정도로 GCC 국가들에서의 전자담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Al-Khudair 2021).

안전하다는 인식과는 다르게 사용자는 물론 전자담배에 의한 간접흡연자들도 니코틴을 비롯한 다른 치명적인 흡연 부산물들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전술했듯이 지난 2021년 7월 WHO는 전자담배를 “신종 담배”라고 규정하며 그 위험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IV. 금연 위한 GCC 노력

1. FCTC와 MPOWER

지난 2003년, WHO는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흡연율에 대응하기 위해서 회원국 만장일치로 담배기본규제협약(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FCTC)을 채택했다. 1994년부터 지속적으로 금연 관련 입법 활동을 해오던 GCC 회원국들은 2006년에 모두 FCTC를 비준하여 당사국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Monshi 2021). FCTC는 담배의 국제적 수요와 공급을 줄이기 위해 체결된 국제조약으로, 가입 당사국들에 담뱃세 인상, 금연 관련 공익광고 의무화 등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흡연 예방 조치를 요구한다.

한편 2007년, WHO는 FCTC의 이행 확대를 위해 MPOWER 정책([표 5])이라는 일종의 원칙을 도입했고, 2008년부터 FCTC 가입국들에 대해 MPOWER 이행 관련 각국 현황을 서론에서도 언급한 세계흡연실태보고서(WHO Report on the Global Tobacco Epidemic)를 2년마다 발표하고 있다.

[표 5]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GCC 국가들의 FCTC 조치 이행 여부를 도식화한 것이다([표 5]). 대부분의 GCC 국가들이 공공장소에서의 금연 의무화 및 금연 교육과 같은 부문에서의 FCTC 조항들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눈에 띄는 것은 유독 미디어를 통한 담배의 판촉 및 광고 행위의 금지에 대해서는 오만을 제외하고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의무화는 아니더라도 [그림 4]와 같이 GCC 차원에서 금연을 촉구하는 공익 광고등이 나오고 있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 4] 물담배 금연 광고 *좌 : 시사 흡연은 다른 담배만큼 해롭습니다. **우 : 이것은 당신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표 4] MPOWER 정책

2. 담뱃세

담배에 대한 소비 과세가 국민건강증진 효과, 즉 금연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은 담배가 중독성이 강한 기호 식품이라는 점을 보았을 때 이견이 많은 방법이다. 그럼에도 WHO는 FCTC를 통해 담뱃세 의무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FCTC 가입국인 6개 걸프 아랍국들은 저마다의 수준 차이를 보이며 이를 이행하고 있다.

[표 5] GCC 회원국 FCTC 조치 이행 여부 2019-2020

상기의 [표 5]를 참고하면, 쿠웨이트의 경우 담배 소매 가격과 관련 부차적인 비용에 대한 과세를 의무화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때문인지 [표 6]을 살펴보면, 쿠웨이트를 제외한 다른 걸프 아랍국들은 비슷한 수준의 과세율을 보이는데, 유독 쿠웨이트만 18.9%의 낮은 과세율을 보이고 있다.

[표 6] 담배 소매 가격에서 과세 비율(GCC)

3. 전자담배 관련

WHO는 지난 2021년 7월에 발간한 제 8차 세계 흡연실태보고서에서 유독 전자 니코틴 전달시스템(Electronic Nicotine Delivery Systems, ENDS), 즉 전자담배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전자담배는 최근에 상용화되었기에 현재까지 장기노출에 의한 건강악화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심장 질환, 미숙아 출산 등 그 위험성에 대한 경고에 대한 보고가 지속해서 나온 바 있으며, 그렇기에 더더욱 금연 보조제로서 홍보되어서는 안 된다고 WHO는 주장한다.

GCC 회원국들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자담배의 판매, 유통 등을 금지시킨 바 있다. 사우디의 경우 전자담배 액상에 향을 첨가하는 것은 금지시킨 바 있다. 전자담배 이용자들은 다양한 액상의 향에 이끌려 더 소비를 촉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향은 사용자와 간접 흡연자로 하여금 그 위험성을 덜 심각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생겨 주의가 요구된다.

[표 7] GCC 회원국 별 전자담배 금지 수준

V. 결론

본 보고서에서는 세계적으로 높은 흡연율을 보이고 있는 중동에서 영향력이 큰 종교인 이슬람이 담배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논의 결과 예언자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흡연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현재까지 이슬람 내부에서도 완전한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종교 율법적인 차원을 떠나서, 흡연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명백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본 보고서에서는 조사 대상을 GCC 회원국으로 압축하여 조사를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던 것은 전 세계적으로 만연해있는 궐련, 물담배, 전자담배 등에 대한 자료는 연구된 바가 많았으나, 그 지역에서만 유행하는 미드와크와 같은 대체담배들에 대한 자료는 부족하였기에 더 실체적인 연구에는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VI. 참고문헌

더보기

이은지, 나경인, 황호평(2021). “세계보건기구 제 8차 세계흡연실태보고서(WHO Report on the global tobacco epidemic, 2021) 발표”, 『주간 건강과 질병』 14(32), 2286-2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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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포 22-02_흡연에 대한 이슬람 입장 및 근절 노력 조사.pdf
0.75MB


박하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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