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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포커스] 걸프 산유국과 러시아가 날이 갈수록 친해지는 이유

MHMEI 발간물/MHMEI 중동포커스

by 박종현 중동 2022. 10. 8.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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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바이스(Andrew S. Weiss) 카네기 인다우먼트 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 부회장은 지난 5일 게재한 논평에서 최근 급격하게 가까워지고 있는 러시아와 걸프 아랍국의 관계를 미국의 중동 출구 전략에 따른 공백 메꾸기로만 보아서는 안된다고 언급했습니다.

걸프 산유국과 러시아는 지난 2016년 중동과 유라시아의 산유국들을 아우르는 협의체 OPEC+를 출범시키면서, 협력을 증대했고, 지난 2017년 10월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모스코바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와 걸프 아랍국 간의 관계가 개선되는 것에 대하여, 종종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아시아 중심(Pivot to Asia)" 전략에 따라 중동 지역에 대한 자국의 국익 이해 관계가 많이 감소하였고, 이렇게 발생한 공백을 러시아가 메꾸려고 한다는 국제안보적 접근법이 자주 인용되어 왔습니다. 바이스는 이러한 지적을 대부분 수용하면서도, 러시아와 걸프 산유국들이 공유하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더욱 강조했습니다.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쿠웨이트와 카타르를 제외한 다른 걸프 아랍국들에서 즉각적인 러시아 비난 성명이 나오지 않은 것과, UN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맞고 있는 UAE가 미국이 주도한 러시아 비난 성명에 기권표를 행사한 바 있습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한 국제 정세에 따라 국제 유가가 치솟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직접 예방하여 원유 증산 협상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이러한 시도도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걸프 산유국들은 높은 국제 유가를 결과적으로 유지시키며, 러시아의 전쟁 자금 마련을 간접적으로 도와줬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바이스는 명분적으로 봤을 때, 미국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로 규정한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절대왕정을 유지하고 있는 걸프 산유국들이 동조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비슷하게 명분이 부족한 사안인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등은 이스라엘-걸프 아랍국 간 교역이 무역, IT, 기반시설 개발, 군사 기술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해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 봤을 때, 걸프 아랍국들이 러시아 관련 사안과 관련해서는 입장이 다른 것이 경제적인 이유가 결정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던 사우디는 물론, UAE와도 관계가 틀어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UAE는 러시아 재벌들의 자금 세탁 장소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데, 이는 UAE 당국이 국제사회가 협조 중인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 않아서 입니다. 따라서, 많은 러시아 재벌들이 UAE에 개인 항공기나 요트 등의 자산을 은닉 중입니다. 이에 올해 초, 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UAE를 회색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앞선 지난 9월, EU는 러시아의 원유 수익을 제한하기 위해 가격 상한선(Price Cap) 도입을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 가격 상한선의 유효성 여부와 상관 없이, 서방이 산유국들에 대한 집단적인 통제를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가 향후 걸프 산유국들에게 부정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러시아와 걸프 산유국 간의 관계는 양 당국들이 공유하고 있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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