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포커스] 알리의 웨딩 : 비슷한 듯 다른 두 문화권
서기 622년, 예언자 무함마드는 메카 부족들의 박해를 피해 추종자들을 데리고 야스립(現 메디나)로 이주(히즈라, Hijra)한다. 야스립으로의 이주는 이슬람이 초창기에 무너지지 않고 발전하는 것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슬람의 긴 역사 속에서 보았을 때, 예언자 무함마드의 히즈라 결정은 이슬람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쳤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고, 이 때문인지 이후 622년은 이슬람력의 원년이 된다. 이처럼 이슬람에서 이주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역사적으로도 이슬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던 이주는 현대 사회에 와서도 많은 무슬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샘 솔로몬(Sam Solomon)과 같은 학자는 무슬림들이 전세계적으로 이슬람의 집(Dar al-Islam, 이슬람의 지배하에 샤리아법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을 확장하기 위해 전략적인 측면에서 이주를 단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실질적으로 유럽 등지에서 증가하고 있는 무슬림 인구는 불안한 중동 정세에 따른 난민 발생이 원인이다. 영화 “알리의 웨딩”의 주인공이자 이 영화 자체가 자신의 자서전격인 이라크계 호주 코미디언 오사마 사미(Osamah Sami)도 사담 후세인 정권의 폭정을 피해 호주로 이민 온 이민자 2세이다.
영화같은 현실
영화는 서두에서 “불행히도 실화(True Story Unfortunately)”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폭정에 항거하다 체포되었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극적 회생한 아버지, 지뢰를 밟아 폭사한 똑똑했던 장남을 대신해야 했던 차남의 고뇌, 아랍ㆍ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미국으로부터의 입국 거부, 나아가 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핵심인 가족을 비롯한 모든 공동체가 반대한 사랑 이야기까지. 드라마 각본을 이렇게 써도 욕 먹을 만한 내용이 모두 한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주인공인 알리는 비록 예언자께서 무슬림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 것을 가르쳤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인생을 바꾼 거짓말 3개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다가 경찰들에 의해 체포된 자신의 아버지를 교도관으로 몰래 위장해 들어간 친구들이 구해준 것이다. 알리 자신은 아버지가 이라크에서 탈출해 이란으로 도망 친 이후 태어났기 때문에, 만약 아버지가 교도소에서 탈출하지 못했더라면 애초에 세상 빛을 못 봤을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이란에서 이라크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당시 이란은 1979년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 이후 1980년부터 약 8년간 지속된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였기에, 이라크인들에 대한 이란인들의 입장은 절대 호의적일 리 없었다. 이 믿음이 깨지면서 알리네 가족은 새로운 삶을 찾아 호주로 이민을 가게 된다.
세 번째 거짓말은 영화의 핵심 서사이기도 한 알리의 멜버른 대학교 입학 성적 조작이다. 알리는 자신에 대한 가족들의 기대와 훌륭한 종교지도자의 자식에 대한 공동체의 기대 때문에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에게 점수를 속이고 만다. 또한, 이성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던 다이앤이 공동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문란한 서양 대학생활을 걱정하던 그녀의 아버지의 반대 때문에 진학이 힘들어진 것을 본 알리는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서 다시 한 번 자신이 멜버른 대학에 다이앤과 같이 진학해서 보호해주겠다고 다이앤의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하며 설득한다.
생각보다 비슷하다?
우리는 보통 이슬람이라고 하면 너무나 이국적이어서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작 중에서 알리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과 가족이 정해준 결혼 상대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을 본 그의 친구가 생각없이 뱉는 “너희들은 아내 한 72명 정도는 가질 수 있는 거 아니었냐?(Can’t you guys have, like, 72 wives?)”라는 대사가 대중들의 이슬람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 수준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시청하면서 관객들은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한다. “생각보다 공감이 간다.” 금지된 사랑이라는 다소 만국공통적인 소재를 사용하기도 해서 그랬을수도 있으나, 그 디테일적인 부분에서도 무슬림 이민자 공동체 내에서의 행동들이 우리의 행동들과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 가장 클 것이다. 공동체 안에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녀의 입시 문제가 곧 가족의 문제이며, 나아가 공동체의 문제까지 되는 것 등은 우리 정서에도 비추어 보아도 이질감이 없는 소재이다.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이 예배 시간에 모스크에 모여서 각자 시험에서 받은 성적을 자랑하고, 우수한 성적을 받은 이들에게 공동체 단위로 선물을 주거나 축하 인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까지 공식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각자 성적은 SNS에 올려 자랑하거나, 가족 모임에서 부모들이 자식 자랑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또한, 명절 날에 서ㆍ연ㆍ고 등 명문대에 입학한 사촌들에게 열등감을 느껴 부모님께 죄송한 감정을 느끼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슬람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스크라는 단어 자체에도 위화감 혹은 나아가서는 공포감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들 교회에서 아기 예수 탄생에 대한 연극을 하거나, 교회 사람들끼리 캠핑을 가는 것처럼 영화에서 묘사된 모스크는 일종의 사교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 모여서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때로는 사담 후세인과 같은 독재자들을 풍자하는 연극도 하면서 실제로는 공동체 단합을 위한 사교적 공간임을 알 수가 있었다.
우리와 이슬람의 접점과 관한 담론에서 가장 언급할 만한 최신 사안은 “제주 예멘 난민 사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그 당위성과 정치적, 경제적인 고려 사항은 차치하더라도, 그 당시에 얼마나 많은 이슬람 혐오 담론이 수면 위로 올라왔던가. 동서 문명 교류지의 극단에 자리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오랜 기간 단일 민족 국가(homogeneous state)를 유지한 한국인들의 외부인들에 대한 거부감과 혐오감이 단적으로 나타난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슬람 혐오에 대한 원인은 무엇일까? 다양하게 존재할 것이지만, 가장 큰 것은 그들에 대한 무지라고 생각한다. 그 문화권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9ㆍ11테러, 유럽 난민 사태 등과 같은 부정적인 사례들만을 습득하면서, 어느새 그것이 그 사람들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도 우리와 같이 대학 입시와 미래를 걱정하고, 타인의 평판에 신경 쓰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적인 차이는 존재한다. 영화에서는 이슬람 문화권에 존재하는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우선 첫 번째는 주인공 알리가 속한 이슬람 공동체가 시아(Shiite)임을 짐작할 수 있을만한 디테일들이 작 중에 등장한다. 시아가 다수인 이라크 출신이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알리의 아버지가 직업적인 종교지도자로서 모스크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시아에서 보이는 특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단적으로 모스크 내부 벽에 예언자 무함마드의 이름 캘리그라피와 함께 4대 칼리파이자 “시아툴알리”의 알리의 이름이 함께 장식되어 있기도 하다. 또한, 공동체 구성원들이 외치는 구호 “allāhumma ṣalli ʿalā muḥammadin wa ʿalā ʾāli muḥammadin”에서도 예언자 무함마드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ㆍ자손들에 대한 축복도 포함하고 있기에, 이는 시아의 성격이 강한 구호라고 느꼈다.
두 번째로 발견한 것은 도덕적이라는 것의 판단 기준이었다. 공동체 속에서 도덕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남의 눈치를 보는 것은 우리 정서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것이나, 영화 속에서 등장한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그 판단 기준이 달라보였다. 알리의 아버지 마흐디(돈 해니 분)를 눈엣가시로 여기며 예언자 무함마드 가문의 혈통을 이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성직자 세예드 가파르(마지드 쇼코르 분)의 아들 루아이(샤얀 살레히안 분)는 알리를 비판할 때 “좋은 무슬림이 아니다.(He is not a good Muslim)”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우리 한국 사회에서도 상호간의 신뢰를 해치는 해서는 안되는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거짓말은 그러한 연유로 해서는 안되는 행위이나, 그 도덕적 판단 이유가 예언자가 해서는 안되었다고 언급을 하면서 그 이유가 더 강화되었다. 따라서 이슬람 문화권에서의 도덕적 판단기준은 인간을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는 이슬람의 가르침, 즉 신의 가르침을 잘 실천하는 것이 된다.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당위성에 대한 평가는 같지만, 그 결론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문화권에서 중시하는 가치에 따라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이슬람의 가르침에 따른 도덕적 판단기준은 아부 파이살(가지 알키나니 분)의 “일시적 결혼(temporary marriage)”에 대한 법률적 해석에서 그 허점이 나타난다. 다이앤과 교제하고 싶었던 알리는 모스크에서 아부 파이살로부터 이슬람법에 따라 “일시적 결혼”이라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부 파이살에 따르면, 코란에는 없으나 예언자의 언행에 따라 택시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그 피차의 순간만도 결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알리가 아부 파이살에게 “왜 다른 무슬림들은 일시적 결혼을 하지 않느냐?”라고 질문하자 “나만큼 이슬람법을 잘 알지 못하니까!”라고 답변한다. 이처럼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해석으로 이슬람법이 악용될 수도 있다는 점은 이슬람법의 허점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종교지도자인 알리의 아버지 마흐디가 알리의 장인이 될 수도 있었던 하지 카림(로드니 아피프 분)의 고민을 지혜롭게 해결해주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하지 카림은 어느 날 자신의 부인에게 매우 격분하여 “이혼하겠다.”라는 발언을 도합 3번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이슬람법에 따라 하지 카림은 그의 부인과 이혼하게 된 것이나, 여기서 마흐디가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해준다. 마흐디는 축구선수가 슈팅을 성공시켜 골을 넣었을 때, 해설자가 “골! 골! 골!”이라고 외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골이 3개가 들어간 것이 아니듯이, 하지 카림이 순간 분개하여 이혼한다고 3번 외친 것은 “한 번의 연속적인 생각”이므로 총 3번 이혼한다고 선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도 어떻게 보면 이슬람법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볼 수 있기는 하나 결과적으로 하지 카림의 가정 파탄을 막은 지혜로운 해석이기도 하다. 이 장면에서 주의 깊게 보았던 것은 바로 종교지도자인 마흐디가 무슬림 공동체에서 어떠한 위치와 역할을 하느냐였다. 알리의 무슬림 공동체에서 종교지도자의 역할은 금요 예배를 이끄는 예배 인도자를 넘어서서 공동체 내부의 갈등을 조율하고 지혜를 공유하는 그야말로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모순된 메시지
전술했듯이 이 영화는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 오사마 사미의 경험에서 비롯된 실화이다. 오사마는 이 영화를 통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오사마는 영화와 관련된 인터뷰에서 호주에 사는 무슬림 공동체는 실존하고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너무 묻혀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메디라는 장르를 활용해서 호주 내 무슬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고 했다. 한마디로 오사마는 호주 무슬림 공동체의 존재감을 세상에 알리며 “우리도 여기 같이 있다!”라고 외치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러나 작중 알리의 무슬림 공동체에 대한 입장은 조금 달라 보인다. 알리는 모스크에서 주관한 이른바 “사담 후세인 연극”을 성공적으로 해내며, 미국에서도 이를 선보일 기회를 얻게 된다. 이에 알리는 당장 다이앤에게 달려가서 같이 미국으로 도망치자고 외친다. 그 과정에서 알리는 “미국에서는 호주 사람들처럼 살 수 있어!(In America, We can live like Austrailians.)”라고 말한다. 여기서 알리는 미국에 가면서 왜 호주 사람처럼 살 수 있다고 말한 것일까? 아주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생을 호주에서 자라온 알리는 보수적이고 비교적 폐쇄적인 무슬림 공동체와 동시에 그 밖의 자유로워보이는 호주 사람들을 마주쳐왔다. 실제로 알리가 평상시 어울리는 친구들은 모두 “오시(Aussie)”들이다. 가족 내부에서 반항적이고 자유로운 성격으로 묘사되는 알리의 동생 아유브(라헬 로만 분)도 호주 억양을 사용하면서 호주 사람처럼 행동한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알리의 머릿 속에서 보수적인 무슬림 공동체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은 바로 호주 사람들이었고, 그러한 공동체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자 알리는 주저 없이 뛰쳐나오는 것을 선택했다.
호주 그리피스 대학의 재퀴 이워트(Jacqui Ewart) 교수와 연구진들은 호주인이 종교로서의 이슬람과 사람으로서의 무슬림으로 나누어 제시되었을 때 그 선호도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호주 사람들은 종교로서의 이슬람보다 사람으로서의 무슬림들에게 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호의적임(Favourable)이라고 답한 이들은 이슬람 20.07%, 무슬림 37.26%, 호의적이지 않음(Unfavourable)이라고 답한 이들은 이슬람 27.26%, 무슬림 11.85%로 호주 사람들이 이슬람보다는 무슬림을 더 호의적으로 본다는 경향성이 나타났다. 작중 알리도 가족들이나 공동체 사람들에 대한 불호는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공동체에서 존경받는 아버지를 동경하며 가족들을 기쁘게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깊은 것으로 묘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지혜로운 아버지 마흐디를 시샘하는 세예드 가파르를 우스꽝스럽게 과장하여 표현하거나, 약혼 전 다도 의식 등을 유머스럽게 묘사하면서 이슬람 공동체의 허례허식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싶은 것처럼 읽히기도 했다.
이처럼 오사마는 사람인 무슬림들에 대한 인식 개선이나 존재감 확장 등을 목표로 하긴 했으나, 은연 중에 보수적인 이슬람 공동체 그 자체에 대해서는 해학적으로 풍자하고 싶었던 것처럼 보인다.
두 문화권의 공통점 : 체면 차리기
영화의 주요 서사를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알리의 성적에 대한 거짓말이었고, 이러한 행위의 이유는 가족과 자신의 체면 차리기를 위함이었다. 종교지도자인 아버지의 아들로서 의대 정도는 입학해야 그 체면이 살며, 그러한 압박 때문에 의술에 꿈이 없음에도 알리는 의학을 공부해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의지 없는 공부는 빛을 보기 힘들며 당연하게도 알리는 불합격 성적을 받았다. 하지만 공동체 내에서 가족의 체면을 차리기 위해 알리는 개인적인 욕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불필요한 체면치레는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작 내집 마련도 못했으면서 대출을 받아 비싼 외제차를 끌고 다닌다든지, 일반적인 가정집 석달치 월세 값을 하는 손목시계나 가방 등을 가지고 다닌다든지, 능력이 안되면서 부정한 행위로 좋은 학벌을 가지는 등 우리 주위에서 개탄스러울 정도로 흔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는 혼자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어느 정도의 눈치는 보고 살아야 하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심해져서 내 자신을 잃게 되거나, 부정한 일을 저질러야 하는 수준에 이른다면 누구를 위한 체면치레인가.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마흐디는 민바르에 앉아 유명한 “부자(父子)와 당나귀” 일화를 들려준다. 여기에 마흐디는 덧붙여서 나중에는 “아버지가 당나귀를 업고 갈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라고 말하자 앉아있던 모든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주위의 시선에 매몰되어 어리석은 판단을 내리는 것은 이슬람 문화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MZ세대라는 단어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기존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주의적인 성격이 강한 세대라고 종종 일컬어진다. 밀레니얼 세대부터 Z세대를 모두 일컫는 정의법에 따라 MZ세대에 속하는 사람으로서 필자가 소신 발언 하자면 우리 세대는 기존의 규칙에 얽매이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나, 그 누구보다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세대이다. 친구 SNS를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소비하는 세대이다. 하지만 결국 내 삶의 운전자는 나 자신임은 매우 자명하다.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알리의 말을 들은 마흐디는 먼저 자기 자신에게 자신있어라고 조언한다. 모두가 각자의 속도에 맞게 살아간다는 것을 인정할 때, 두 문화권의 체면 차리기 문화가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참고문헌
동영상 : Osamah Sami stars in Australia's first Muslim rom-com - The Feed https://youtu.be/Os2ZDq05yYs
샘 솔로몬, 엘리아스 알 막디시(2019). 『이슬람은 왜 이주하는가?』, 서울 : 도움북스
Ewart, J. & Kate O’Donell, Shannon Walding(2022), “Australians’ divergent opinions about Islam and Muslims”, Journal of Sociology,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