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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포커스] 사우디 뉴캐슬 인수 … 걸프 국가들이 유럽 축구클럽을 사들이는 이유

박종현 중동 2023. 2. 18. 09:14

2021년 10월 7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ublic Investment Fund, PIF)는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 축구팀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약 3억 파운드(한화 약 4,7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이는 가장 최신의 소식일 뿐이며, 최근 들어 걸프 국가들의 유럽 축구 구단들에 대한 관심을 주목할 만합니다. UAE의 맨체스터 시티, 카타르의 파리 생제르망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걸프 국가들의 움직임에 대해 헤자 바르자니는 경제적 이익, 사회적 이익의 측면에서 분석했습니다.

바르자니에 따르면, 최근 걸프 국가들이 탈석유화의 일환으로 산업 다각화 및 외국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 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 축구 무대가 이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였을 겁니다. 또한, 축구는 많은 유럽 및 서방 국가들이 즐기고 있고, 이에 따라 축구계 자체가 정재계 다방면과 긴밀하게 얽혀 있어, 걸프 국가들로 하여금 관련 네트워크 형성에 용이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 분석됩니다.

걸프 국가들이 유럽 축구계에서 보이는 행보 중 단연 독보적인 것은 바로 걸프 국가 국적 항공사들의 공격적인 스폰서 활동입니다.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은 각각 UAE의 에티하드 항공, 에미리츠 항공 로고를 유니폼 가슴팍에 붙이고 경기에 임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축구단이라고 평가받는 FC 바르셀로나 역시 카타르 항공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세계 중개무역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 자신들의 국항사들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는 걸프 국가들의 항공사들이 이런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에 각국의 의중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걸프 국가들은 탈석유화 시대에서의 산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관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 일환으로 자국 항공사들을 최대한 대중들에 노출시키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광고 전략 뿐만 아니라, 걸프 국가들은 직접적으로 자국 영토에서 축구 행사 등을 개최하는 등 더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UAE의 경우 2019년 아시안 컵을 개최하기도 했고, 카타르는 2022년 아랍 국가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세계인의 축제가 아니고서도, 각 구단주들은 맨체스터 시티, PSG 등의 선수들을 자국으로 초청하여 트레이닝을 하거나, 친선 경기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SNS 등을 통해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걸프 국가들을 은연 중에 노출시키는 효과를 가집니다.

바르자니는 걸프 국가들의 축구 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사회적인 효용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스탠포드 대학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리버풀에서 모하메드 살라 선수의 활약이 현지에서의 이슬람혐오증과 증오범죄가 줄어드는 것에 기여를 했다고 합니다. 축구팬들에게 무슬림 선수인 살라의 모습과 활약상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전체적인 무슬림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졌다는 것이 연구결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축구의 선한 영향이 되려 악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뉴캐슬을 인수하는데 약 18개월가량 교착상태에 빠진 바 있는데, 이는 사우디 왕국이 2018년 자말 카슈끄지 언론인 암살 등의 반인권적 행태가 문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우디 국부펀드의 뉴캐슬 인수가 성사되자 현지 팬들은 사우디 국기를 흔들거나 심지어는 싸웁과 구트라를 착용하는 등 사우디에 대한 인식 자체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바르자니는 걸프 국가들이 자신들의 국가 이미지를 이른바 ‘스포츠워싱’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뉴캐슬 현지 팬들의 기대에는 앞선 맨체스터 시티와 PSG와 같이 걸프 국가로부터의 구단 인수가 팀을 최상위권으로 올려주는 것에 성공한 선례가 있었던 것에 기인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뉴캐슬 구단을 인수하면서 서방과 전 세계에 사우디아라비아 국가 브랜드를 재형성하려고 노력할 것임과 동시에, 인접 걸프 국가들인 UAE 및 카타르와 경제적으로 경쟁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