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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푸틴의 러시아는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가 아니다

박종현 중동 2022. 3. 3. 14:5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 : CNN

지난 2일, 영국 런던에 있는 아랍 전문매체인 “아랍 위클리(The Arab Weekly)”는 이라크 국적 작가인 파루크 유세프(Farouk Yousef)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견해를 담은 사설을 기고했습니다.

유세프는 상기 사설에서 러시아의 침공이 서방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발생했음을 지적하면서, 경제력과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한 러시아를 상대하면서 훨씬 나약했던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저지하기 위해 사용한 경제 제재 등과 같은 방법을 똑같이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하는 본문 번역입니다.

 

우크라이나 인민들과 함께 연대를 표현하는 성명들이 곳곳에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긴 하나, 이것이 이 전쟁의 발생을 막기 위해 진정성 있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던 서방 국가들에게 면죄부를 쥐어주지는 않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에 서방 국가들은 셔틀 외교(국가 간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제 3국이 중재하기 위해 개입하는 것_역주)를 펼쳐오긴 했지만, 이런 것이 러시아의 이해관계도 고려한 중립적인 중재안에 기틀을 둔 것도 아니었던 것은 물론 고조되는 양국 간의 긴장이 종식될 실마리도 결국 제공하지 못했다.

러시아에게 있어 우크라이나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의 범위를 점차 축소시켜 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서방 국가들이 현상 유지를 암시하는 공허한 요구로 지속해서 설득하는 동안 푸틴은 자신이 원하는 것에 매우 명확하고 단호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y Lavrov) 러시아 외무장관은 그의 영국 카운터파트인 리즈 트러스(Liz Truss) 영국 외무장관과의 회동에 대해 “벙어리와 귀머거리의 대화였다.”라고 평가했다. 푸틴과 다른 서방 지도자들과의 회동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푸틴은 자신을 방문한 서방의 지도자들이 러시아의 안보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려 없이 찾아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방의 정치인들은 이 전쟁이 발발할 수 밖에 없을 것이었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주장해온 자신들의 권리가 모두 묵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예견된 참사였고, 그 이유는 어떠한 이도 우크라이나 사안에 대해 협상할 때 러시아를 강대국으로 염두해 두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은 러시아가 허풍만 떠는 힘 없는 국가로 남기를 바랬다.

서방의 언론들은 러시아의 대통령인 푸틴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며, 러시아의 국가 안보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이러한 흐름에 편승했고, 결국 러시아에게 위협으로 다가왔다. 푸틴을 신세기 “차르(Tsar)”로 낙인 찍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이러한 조롱 섞인 낙인은 푸틴이 러시아의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서방 언론들은 푸틴이 새로운 스타일의 “소비에트 연방”을 꿈꾸고 있다 했다. 푸틴과 관련된 모든 담론은 “차르주의 과대망상증 환자”인 푸틴에 대한 것이었지 러시아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이 모든 갈등의 원인은 푸틴으로 지목되었다. 마치 쿠웨이트를 침공했던 사담 후세인이 서방 언론에서 묘사되듯 말이다.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업신여김을 푸틴에 대한 업신여김으로 치부하려 했다. 하지만 필자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은 극분과 조급함에서 나온 우발적인 판단이 아니라 생각한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희생양으로 삼은 서방이 러시아에게 할 수 있는 것은 경제 제재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당연히 러시아는 이러한 경제 제재 조치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다. 러시아는 경제 제재로 인해 반백만 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나약했던 이라크가 아니다.

지난 2월 8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수도 모스크바에서 회동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시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마련된 비정상적으로 길쭉한 협상 테이블이 외신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출처 : Al-Jazeera

푸틴을 방문한 서방 국가들의 지도자들은 비정상적으로 길었던 협상 테이블에 놀라기만 했지, 자신들이 강대국의 지도자와 회동하는 것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만약 그들이 일말의 재고라도 했더라면, 러시아가 푸틴 그 자체가 아니며 푸틴이 우발적이고 변덕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채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서방은 푸틴을 방문해 그와 담소를 나누기 전에 유려한 수사(修辭)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겪고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러시아를 가볍게 대하는 것은 절망적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가능성을 더욱 농후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서방 지도자들과 대화하며 푸틴이 깨달은 것은 우크라이나의 현 정치 체제가 유지되는 이상 이 갈등은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정치상황은 서방에 한 발을 걸치고 있기는 하나, 서방은 유사시에 우크라이나를 구원해 줄 능력도 의지도 없는 상황이었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정확하게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다. 이제 전 세계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불길이 유럽 반절을 뒤덮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따라서 그 누구도 이 전쟁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핵무기 보유국과의 전쟁은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 WMD)를 보유하고 있다고 선동당한’ 국가와의 전쟁과는 확연히 다르다.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본고는 이라크 국적 작가 파루크 유세프(Farouk Yousef)가 작성한 원고를 영국 아랍 전문매체 '아랍 위클리(The Arab Weekly)'가 2022년 3월 2일(현지시간) 기고한 사설을 MHMEI가 번역하여 게시한 글입니다. 본고 내용은 저자의 개인 견해이며 MHMEI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본고 내용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으며, 역자의 오역으로 인한 잘못된 정보 전달의 책임은 원문 필자와 무관하며 MHMEI에 있음을 밝힙니다. 역주라고 명시하지 않은 괄호 안 내용은 원문에 있었던 내용임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