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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터키의 대(對)중동 정책 변화

박종현 중동 2022. 3. 4. 14:38

터키 관련 이미지 출처 : Daily Sabah

터키의 대외정책은 긴장감 높은 국제 및 역내 상황 속에서 국익을 최대한으로 추구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터키는 항상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모든 국가들과 지속 가능한 평화와 발전 관계를 이루고자 한다. 한편, 최근 들어 터키의 중동 역내 활동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터키의 움직임이 서방 국가와의 부조화 및 잦은 마찰로 인해 일종의 거리두기를 시작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또 다른 이들은 이러한 터키의 움직임이 자국의 안보, 역내 세력투사(Power Projection, 국가가 자국 영토 외부에 자국군을 주둔할 수 있는 능력_역주) 등의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합리적 판단을 거쳐 비교적 중동으로 치중된 대외 정책으로 선회했다고 평가한다.

2011년 아랍의 봄 사태는 터키의 대외정책에 새로운 물꼬를 틀 수 있도록 해주었고, 이 기회를 통해 터키는 중동 국가에 더욱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터키는 인도주의적, 경제적으로 중동과의 관계를 깊이 있게 발전시켜 나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터키의 중동 진출은 더욱 확장되었고, 어느덧 터키는 대부분의 중동 역내 갈등에 영향력 있는 제 3자로 발돋움했다.

터키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스라엘과 같은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자국의 외교적, 전략적, 경제적 자산을 더욱 확충시켜 더 폭 넓은 대외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역내 주요 행위자들과의 긴장된 관계는 경제적 차원에서 매우 해롭다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출처 : TRT World

전환과 대응

터키의 대중동 정책 변화는 역내 사안, 국제 정세, 나아가 안보 및 경제와 연관된 국내 사안 등 외부적 요인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나타난 산물이다. 최근 들어 터키는 적대감이 근간이던 기존 자신들이 견지하던 입장에 변화를 주며 국가 간 관계를 재설정하고자 하고 있다.

영향력이 가장 큰 중동 역내 최대 행위자는 단연 미국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르게 조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은 국내 사안에 조금 더 무게를 두며 미국의 외교적인 포커스를 동아시아 지역으로 옮김에 따라 중동에 대한 미국의 외교력을 감소시켰다. 동시에 미국은 중동 주둔 미군 병력들을 재배치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에 대해 어떠한 역할도 맡지 않을 것이라 공언했으며, 이란과의 새로운 핵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도 보인다.

이러한 미국의 대중동 입장 변화에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이집트, 그리고 UAE는 스스로 서로 간의 긴장 관계를 낮춰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며 실제로 그러고 있다. 한편, 미국의 중동 역내 입지가 축소됨과 거의 반비례적으로 러시아의 영향력이 증대하고 있으며, 이에 터키는 양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 있는 대외정책을 펼쳐야 했다.

터키는 미국과 러시아와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시리아 및 리비아에서는 이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터키의 대중동 정책은 중동 역내의 균형을 새로이 잡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2022년 2월 14일 UAE를 방문한 에르도안 대통령(사진 중앙)과 나란히 걷는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좌) 출처 : Daily Sabah

주요 행위자인 사우디

지난 2021년, 걸프 국가들은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GCC)에서 알-울라 합의에 서명하며 카타르와의 갈등을 공식적으로 종식시켰다. 걸프 국가 중 카타르와 비교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던 터키는 이 기회를 틈타 사우디, 이집트, UAE와의 관계 개선도 모색하고 있다. 알-울라 합의 이후 터키는 지속적으로 카타르와 함께 사우디, 이집트, UAE와의 화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우디는 단연 중동 역내 주요 행위자 중 하나이다. 이러한 사우디와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는 중동 역내 정세에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다. 작년 G20 정상회담 이전에 에르도안 대통령과 살만 국왕의 직접적인 전화 통화를 통해 양국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 달 14일, 에르도안은 양자 관계 발전과 경제적 협력을 위해 UAE를 방문하기도 했다. 2013년 이후 첫 걸프 국가 방문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무수히 많은 상호 협력 계약과 양해각서를 UAE와 체결하고 왔다. 사우디도 터키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터키와의 관계 개선은 사우디로써 역내 위협적인 행위자들을 견제하기에 효과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우디와 터키 사이의 정상화된 관계는 양국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사우디는 터키와의 원만한 관계로 자국의 정치적 활동을 물리적으로 더 확장된 공간에서 펼칠 수 있을 것이며, 자칫 적대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다른 역내 행위자들과도 협력 관계로 나아갈 가능성이 마련될 수 있다. 개선된 터키-사우디 관계는 새로운 경제적, 정치적, 안보적 기회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이며, 특히 사우디는 잠재적인 안보 위협을 제거하면서 전통적인 중동 역내 강대국의 역할을 더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역내 주요 이해 당사자들 간의 대립은 스스로의 외교적 불안정과 불필요한 비용 증대에만 기여할 것이다. 최근 목격되고 있는 역내 행위자들 간의 화해 분위기는 역내 긴장 상태 완화와 중동의 전략적ㆍ경제적 상황을 정상화시킬 것이다.

요컨대, 사우디ㆍ이란ㆍ이스라엘과의 갈등을 차치하더라도 현재 터키가 화해 노선으로 선회한 대중동 정책의 방향은 이해 당사자 모두에게 윈-윈 협력 관계로 나아가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터키가 이러한 집단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본고는 파키스탄 국적 임란 알리 산다노(Imran Ali Sandano) 신드 대학교 교수가 터키 친정부 매체 '데일리 사바흐(Daily Sabah)'에  기고한 사설을 MHMEI가 번역하여 게시한 글입니다. 본고 내용은 필자의 개인 견해이며 MHMEI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본고 내용의 저작권은 원문 필자에게 있으며, 역자의 오역으로 인한 잘못된 정보 전달의 책임은 원문 필자와 무관하며 MHMEI에 있음을 밝힙니다. 역주라고 명시하지 않은 괄호 안 내용은 원문에 있었던 내용임을 알립니다.